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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개편, 나무도 숲도 보는 근본적 접근 필요하다
2013년 08월 24일 (토) 05:17:13 국토t신문 news@ctmedia.co.kr
그저께 새누리당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6단계에 걸친 누진제를 3단계(200kWh 이하, 200~600kWh, 600kWh 초과)로 줄이는 내용이다. 200kWh 이하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200~600kWh 구간은 단일 요율로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되, 900kWh 초과는 중과하겠다고 한다. 900kWh 기준까지 더하면 사실상 4단계로 여겨진다. 발전 연료비 변동을 주기적으로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도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는 10월 정부의 전기요금체계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여당이 제시한 큰 방향이다. 그 출발점은 누진제 개선을 다짐한 대선공약이었다.'

주택용 누진제는 절전 유도 제도다. 1차 오일쇼크 직후인 1974년 3단계로 도입했고 한때 12단계까지 늘었다가 2004년부터 6단계다. 그러나 누진율은 일본과 중국이 1.4~1.5배인데 우리는 11.7배다.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냉난방을 많이 할 때는 '전기료 폭탄'을 맞는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일상적으로 쓰는 가전기기도 늘어난데다 제도를 손본 지도 근 10년인 만큼 조정 필요성도 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누진제 수정의 필요성 자체를 탓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누진제 조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몇 단계로 줄이고 단계별 요율을 얼마로 매길지가 변수지만, 사용자별로 부담이 늘거나 주는 결과가 불가피해서다. 예컨대 지금은 2단계로 나뉜 200kWh 이하 구간을 하나로 묶는다고 가정해보자. kWh당 요금을 현행 100kWh 이하에 적용하는 59.1원으로 잡으면 한전이 손해를 봐야 하고, 그보다 높게 잡으면 100kWh 이하 사용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월평균 사용량이 100kWh 이하는 전체의 16%, 100~200kWh가 21% 안팎이나 된다. 현행 4개 구간이 낀 200~600kWh에 같은 요율을 적용하면 요금 증감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400~500kWh 구간의 사용자가 전체의 7%, 500kWh 초과는 3%에 못 미치는데도 최고단계를 600kWh로 잡은 게 합리적인지도 의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값싼 전기료를 둘러싼 논란이다.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은 지난해 88.4%였다. 전년보다 나아졌어도 여전히 원가도 못 받고 판다. 정치적 이유로 요금인상을 억누르고 연료비 연동제 적용도 유보한 결과다. 한전은 2008년부터 겪은 적자 고통으로 골병이 들었다. 결국엔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손실이다. 그렇기에 요금 개편은 주택용에 국한하지 말고 요금제도 전반을 놓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체 사용량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용은 지난 2년간 현실화 과정을 거쳤는데도 더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성장과정에서 공장에 전기를 싸게 주려고 주택용이 사실상 교차보조 수단이 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산 서민층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마음먹었어도 경감 폭을 놓고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소비 유인으로 작용할 정도가 되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소득계층별 전력소비 패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정교한 안을 내놓기를 바란다. 요즘은 소득과 전력사용량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한다. 저소득층도 전기를 많이 쓸 수 있고 고소득층에도 적게 쓰는 가구가 있다는 얘기다. 필요하다면 공청회를 해야 하고 부담이 느는 사용자가 생긴다면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다.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하길 바란다. 연일 전력수급경보를 들으며 조마조마 보내는 게 우리 여름의 현실이다. 목전의 정치적 득실에 매달리기보다는 경제적 가치도 중히 여기고, 보다 넓게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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