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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집유 석방, 일단 재판부 판단 존중해야
2018년 02월 06일 (화) 07:52:20 국토산업신문 news@kookto.co.kr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측에 수백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고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래 353일 만에 석방됐다. 이 부회장과 공범으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4년을 받았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풀려났다. 이 부회장이 감형과 함께 집행유예를 받은 것은,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주요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로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25일 1심 선고 이후 164일 만에 나온 이번 항소심 판결은 오는 13일로 예정된 최순실 씨의 1심 판결과 3월께로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농단의 주범은 헌법상 부여받은 책무를 방치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타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등에 업고 사익을 추구한 최 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사건의 성격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 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 전 대통령 등에게 뇌물을 준 정경유착의 전형"이라는 특검 의견이나,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는 1심 판단과 다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삼성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놓고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오갔다고 인정해 유죄판결을 내린 1심 재판부와 달리 "삼성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죄 적용의 전제나 마찬가지인 1심의 '묵시적 청탁' 논리를 부정한 셈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인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승마를 지원한 부분을 1심과 마찬가지로 뇌물로 봤고,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사이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하지만 코어 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 36억 원과 최 씨 측에 마필과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하게 한 부분만 뇌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뇌물공여와 함께 적용됐던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와 관련해 "이 사건의 용역대금은 뇌물공여의 의사이지 재산국외도피 의사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입증을 위해 혐의사실에 추가한 '0차 독대'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노골적인 재벌총수 봐주기 판결"이라고 성토했지만,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은 합리적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재판부의 과거 판결 등 '신상털기' 글도 올라왔다. 정치권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적폐가 살아있다"(민주당), "사법부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자유한국당) 등 정파와 성향에 따라 극명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를 나서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면서 "지난 1년간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법원에서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법원과 견해가 다른 부분은 상고해 철저히 다투도록 하겠다"고 논평했다. 특검팀 내부에선 '법과 상식에 정면으로 반하는 특혜성 판결'이라는 격앙된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변호인단은 주요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환영하면서 유죄로 인정된 혐의에 대해 상고심에서 다투겠다고 했다. 이처럼 재판 결과를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지나치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흡족한 판결은 환영하고, 아니면 비판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제도를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석방됐지만 법원의 유·무죄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일단 존중하고, 차분하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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